지도를 보다가 점선으로 남은 옛 철길을 발견했습니다. 여객 취급이 끝난 간이역 세 곳이 그 선 위에 구슬처럼 꿰여 있었습니다. 역과 역 사이는 걸어서 한 시간 남짓.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을 따라 걷는 열두 리 코스를 저 혼자 정하고, 아침 버스를 탔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플랫폼
첫 번째 역은 창고가 되어 있었고, 두 번째 역은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역명판은 색이 바랬지만 글자는 또렷했습니다. 대합실 나무 의자에 앉으니 매표구 너머로 시간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하루 네 번, 상행 둘 하행 둘. 이제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시간표를 저 혼자 오래 읽었습니다.
어떤 길은 쓸모가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걷는 사람의 것이 됩니다.
세 번째 역으로 가는 길이 가장 좋았습니다. 침목 사이로 개망초가 올라와 철길이 꽃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녹슨 레일은 걷기의 훌륭한 안내선입니다. 길을 잃을 걱정이 없으니 생각이 마음껏 옆길로 샙니다.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 이 역에서 이별했을 사람들, 화물칸에 실려 떠났을 쌀가마니 같은 것들.
해 질 무렵 마지막 역의 플랫폼에 앉아 캔커피를 마셨습니다. 아무것도 오지 않는 플랫폼에서는 기다림이 목적이 됩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생각했습니다. 어떤 길은 쓸모가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걷는 사람의 것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