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에 하나 남은 여관에 들었습니다. 간판의 불이 반쯤 나간 곳이었습니다. 주인 할아버지는 장부에 손으로 이름을 적게 하셨고, 열쇠는 나무 패찰이 달린 진짜 열쇠였습니다. 이 층 끝 방, 복도를 걸을 때마다 마루가 순서대로 삐걱였습니다.
시간이 눌러앉은 방
방에는 자개장이 있었습니다. 형광등 불빛에 자개의 학이 희게 반짝였습니다. 요와 이불은 해가 잘 든 냄새가 났고, 벽지의 꽃무늬는 세월에 바래 있었습니다. 편리함으로 치면 시내의 새 모텔이 나았겠지만, 이 방에는 시간이 눌러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얹혀 하룻밤을 자는 것입니다.
이 방에는 시간이 눌러앉아 있었고, 저는 거기 얹혀 하룻밤을 잤습니다.
저녁이 되자 아래층에서 밥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주인 내외의 밥상이었을 텐데, 할머니가 올라와 문을 두드리고는 찌개가 많이 됐다며 저를 불러 앉히셨습니다. 낯선 사람의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 일이 이렇게 자연스러운 곳이 아직 있습니다. 된장찌개와 열무김치, 그리고 텔레비전 연속극 소리.
밤에는 창문을 열고 읍내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개 짖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아주 긴 고요. 체크아웃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아침, 저는 열쇠를 돌려드리고 마당의 감나무 아래를 지나 여관을 나왔습니다. 숙박이 아니라 하룻밤을 얻어 산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