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은 공포를 이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십 년 넘게 계좌를 지켜 보니 진짜 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폭락은 몇 번 오지 않지만 지루함은 매일 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계좌를 보며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그것이 수익률을 가장 많이 깎아 먹었습니다.
지루함이라는 적
돌아보면 제 최악의 매매는 모두 심심할 때 나왔습니다. 시장이 급락한 날이 아니라, 몇 달째 횡보하던 어느 평일 오후에 계좌를 열고 멀쩡한 종목을 팔아 낯선 종목을 샀습니다. 판단이 아니라 지루함이 낸 주문이었습니다.
폭락은 몇 번 오지 않지만 지루함은 매일 옵니다.
그래서 저의 투자 원칙에는 이런 조항이 생겼습니다. 매매는 정해진 날에만 한다. 계좌 확인은 주에 한 번으로 줄인다. 무언가 하고 싶은 충동이 들면 매매 대신 기록을 한다. 시장을 이기려는 노력보다 나를 묶어 두는 장치가 수익에 더 보탬이 되었습니다.
장기 투자는 결국 시간과의 동업입니다. 동업자가 일하는 동안 자꾸 가게 문을 열어 보지 않는 것. 지루함을 견디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을, 저는 수업료를 내고서야 배웠습니다.